Sunday, 5 January 2020

장벽의 슬픔, 이렇게 허물 수 있다/ 노하덕칼럼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때 슬퍼한다임종의 자리가 더 슬픈 이유다.

나에겐 한 꿈이 있다아버지 앞에서 형제들이 화목하며 사는 거다서로 사랑을 나누며 더불어 가는 삶이다어떤 이는 형님일 수 있고오라버니일 수 있고아우일 수 있고누이일 수 있다어떨 때는 노래도 하고생활의 애환도 나누고 그러면서 살고 싶다.

하지만이 소박한 꿈은 때로 현실이란 벽에 막혀 슬픔이 된다.

몇 년 전아들 위로와 대화를 나누던 중나는 그런 벽을 경험하였다사춘기를 지나던 아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내가 하는 말도 위로에게 막히고 있었다한 시간 정도를 서로 씨름하였을까나는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겠다 말하고 일어났다그런데 위로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대성통곡을 했다나는 당황했다.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말까지 벽에 막힌 탓일까아니면자기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걸까?

그때 깨달은 게 있다현실이란 벽과 떠난다는 말의 슬픔이었다아버지와 아들에게까지도 벽은 존재할 수 있다그 벽은 때로 우리를 슬픔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오늘나는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장벽에 막힌 남과 북의 하나 됨을 꿈꾸고 있다.
남과 북을 가로막은 장벽그 앞에서 느끼는 슬픔이 우리에게 있다. “떠날까헤어지자!” 대신 나는 결코 너를 떠나지 않겠다내가 너의 울타리가 되어줄게!” 곁을 지키시는 아버지 마음으로슬픈 벽을 우리 삶에서 헐어갈 수 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