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6 February 2015

무너진 성벽에 선 십자가

I

내가 잘 아는 분은 해마다 만주벌판을 돌다 온다.
또 다른 이는 해마다 썬다싱의 인도를 다녀온다.

여름이 오면, 나에게도 10년 가까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
멀지 않은 원주민 마을

조촐한 찬양과 연극으로 저들 곁에 서 본다.

대낮에 그 무엇에 취해
세월을 거나하게 마시는 가정들
여기 저기 어지럽게 흩어진 옛 사람의 옷가지들
정돈되길 거부하는 서글픈 역사의 편린들

급속히 
무너져 가는 성벽을 본다.
북한 동족을 만났을 때 보았던 그 성벽을 본다.
에이즈로 무너져 가는 아프리카 성벽을 본다.

그래서
원주민 마을은 우리 시대 골고다 언덕이다.
누구도 십자가 지기를 싫어하는 골고다 언덕이다.



죄인들도 지기 싫어하는 십자가를 지고 
어디로 가시는가
그 은혜를 입은 사람은 십자가를 지고 
어디로 가시는가

구레네 시몬이여
죄 없이 십자가를 지고 있다면 
그 십자가는 형틀이 아니라 영광이다.

재수 없게 나에게 지워진 운명이 아니다.

밤이 맞도록 피땀 흘려 
응답 얻은 아버지의 침묵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