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6 May 2015

미안합니다. / 노하덕칼럼


때로 이런 인사를 하는 분이 있다.

"목사님, 힘드시지요?"

목회다운 목회도 못하는 주제에 이런 인사까지 받는가 송구스러워
웃음으로 때운다.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커서 힘든 줄 모르고 오늘까지 오고 있지만
내면을 들춰보면 목회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근자에 철없는 학생들 사이에서 없었으면 좋았을 불장난이 있었다.
심각한 소식을 듣고
그 학생의 부모님을 찾았다.
이런 심방이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지만,
어디 목회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가!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그리고 종이 해야 할 일이라면 순종해야지.
99마리의 양을 두고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선 그 발걸음이길 원했다.
자정이 가깝도록 그 가정의 신앙과 자녀 교육관과 이 사건에 대한 부모의 견해를 들었다.
담당 교역자와 부모님의 견해차가 하늘과 땅이었다.
그러나
교회와 부모와 학생이 서로 마음을 합하면,
이 정도의 불길은 넉넉히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청소년을 담당하는 교역자 입장에서 보면,
지도자의 좀 더 단호한 권징이 필요했다.
전체 학생들을 생각해야 하고, 피해를 입은 다른 아이들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충대충 시간만 때우는 사역자들도 없지 않은데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듬직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영 미안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잃은 양을 찾아오지도 못하고
99마리의 남은 양도 온전히 지키지도 못한 채
얼쩡쩡한 목자로
밤만 거의 꼬박 새워 하나님 앞에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얻은 응답은
'미안합니다!'

세상을 향해 나라고 할 말이야 없으련만
더구나
나는 성자도 아니고
아직도 내 의가 펄펄 끓고 있는 그리스도의 미완성 편지인지라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미안합니다란 말을 듣고 싶었지만

주님의 은혜가 너무 크게 밀려와
내 안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불장난이 일어난 것도
담임 목사로서의 내가 관리를 잘 하지 못한 소치입니다.
좀 더 깨어 기도하지 못한 내 탓입니다.
상한 사람들을 좀 더 강하게 싸 안고 눈물로 지도하지 못한 내 탓입니다.
좀 더 관용과 인내를 가지고 듣지 못한 내 탓입니다.'


몇 시간이 지나
이번 사건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을 찾아갔다.
"I'm sorry."
무조건 미안한 자가 되었다.
주님의 몸인 교회가 더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종이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

내가 미안한 것이 어디 이분에게 뿐이랴!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에게도  미안하고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
주님 앞에서는 날이 오면
'죄송합니다 주님'
이렇게 말씀드림 수밖에 없는 나인데.......    .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가면서
어떤 사람이
"목사님, 힘드시지요?"
이런 인사를 하면
'미안하다는 말하기도 참 힘듭니다.'
이런 말들은 마음에 담아 놓은 채

그냥 웃는다.

목회다운 목회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이런 인사까지 받는 것이 송구스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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