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7 April 2015

1센트 / 칼럼

   
    집에 들어오니 아들 위로가 시큰둥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Good Morning!"하니 "Bad Morning!" 한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엄마 때문이란다. 엄마는 저를 위해 아침을 차려주고, 자기는 식탁에 앉아 먹고 있으니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어 보이는데 엄마 때문에 불행하다니 무슨 일이 있긴 있나 보다. 
    위로가 한국을 방문한 때는 재작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것이 있다. 친척들을 방문하는 중에  9만 6천 원을 선물로 받은 사건이다. 특히, 고모는 '육-만원!'을 주셨다고 지금도 그때의 감격을 목청을 돋우며 말한다. 그런데 이 감격스런 돈을 엄마가 차용하고 아직 돌려주지 않은 모양이다. 
    위로는 돈을 사용하고 싶을 때면, 늘 그가 엄마에게 빌려주었다는 9만 6천 원을 생각한다. 먹고 싶고 무엇을 마시고 싶을 때, 그가 엄마에게 빌려주었다는 9만 6천 원을 생각한다. 
장난감이 사고 싶을 때, 그가 엄마에게 빌려주었다는 9만 6천 원을 생각한다.
    좀 도가 지나치다 싶어서 한 마디를 거들었다. 
'위로야, 네가 하룻밤을 자는데 얼마나 돈이 들까?' 
난 그에게 깨우쳐주고 싶었다. 
"엄마가 그를 위해 방을 꾸려 주고, 맛있는 음식으로 정성껏 식탁과 도시락을 준비하고, 옷을 따뜻이 입혀주고, 이렇게 돌봐주는 사랑이 얼마나 큰 가!  이에 비하면 네가 빌려주었다는 9만 6천 원은 아무 것도 아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로는 간단히 답을 말했다. 
"1센트!" 
깜짝 놀라 나는 순간적으로 그를 돌아보며 외쳤다. "일 센트?" 초등학교 5학년인데! 그래도 산수 점수, 특히 계산에서만은 몇 학기 째 꼬박꼬박 A를 받아오는 녀석이 자기가 하룻밤 묵는 값이 $1도 아닌, 그 1/100인 1센트라니! '아빠의 의중을 알고 넘겨짚어 장난으로 답한 것이 아닐까?'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본다.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은 진심으로 답하고 있어 보였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한 이 사건을 기회로 나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 역시 하나님의 엄청난 은혜를 받은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외아들을 내 죄 대신 죽음에 내어주심으로 나는 오늘도 영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매일 매순간 하나님께서 돌보시는 은혜가 또한 값으로 헤아릴 길이 없다. 1초를 지체하지 않고 공급해 주시는 이 맑은 공기를 50년째 무상으로 받아 마시며 산다. 때를 따라 일용할 양식을 풍성히 받아먹는다. 시절을 좇아 좋은 옷으로 옷장 가득히 채워 주신다. 좋은 교회, 좋은 성도를 만나 천국 생활을 하게 하신다. 좋은 부모 형제, 복된 가정을 만나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때로! 내 안을 들추어보면, 한 구석엔 불만과 투덜거리는 마음이 자락을 드리우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는 한없건만.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은혜를 '바다를 먹물로 삼고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도 기록할 수 없다!' 찬양은 못할망정 1센트밖에 더되냐고 투덜거리진 않는건지. 하나님께서 주신 풍성한 햇빛에 내 심령은 광야가 되고 말았는가? 주님, 감사치 못하는 내 마음의 한 구석을 긍휼히 여기소서!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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