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9 January 2020

아직 우리는 남일 수 있다.


몇 십 년 살을 맞대고 살던 부부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고
이별들을 선언하는 세대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이웃을 생각한다.
 
인종이 같고
종교가 같으나
우리는 이웃이 아닐 수 있다.
 
스쳐간 제사장이랑 레위인이
여리고를 지나갈지라도
강도 만난 그 나그네의 이웃은 아닌 것처럼
 
아무래도
그의 이웃은 긍휼히 여긴.
선한 그 사마리아인인 것처럼.
 
 
북한과 남한은
엎드리면 키가 닿는 땅
너무나 가까운 혈육.
 
그러나 지난 50년간
그들은
결코 이웃이 아니었다.
 
우리는
교회가 같고
말도 같은 한국인
한 분 하늘 아버지께
예배하는 교우들.
 
그러니까 우리는 이웃일 수 있을까?
 
아픈 상처를 싸매 주고
기름으로 바르고,
자신의 나귀를 내어 주막집까지 가기까지는
아직 우리는 남일 수 있다.
 
 
아까운 기름이 부어지고
주머니의 돈이 그를 위해 지불되기까지
우리는
이웃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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