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30 April 2015
흔적을 주우며 / 노하덕칼럼
휴가라는 걸 늘 송구스럽게 생각하던 중
몇 년만에 주보에 휴가를 닷새나 기록하고
봇짐을 싼다.
금년은 특히 우리 부부에게도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니까
이래 저래 의미를 부여하면서
내어본 용기다.
하지만 가슴이 설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몇 년이 가도 휴가를 갖기 힘든 우리 서머나 식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휴가를 떠나면서
우리 착한 믿음의 식구들과
하나님의 꿈을 한 마디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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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나 교회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교회를 사랑하는 분들이 가꾸는 화단에는 철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화안히 웃고
교회 뒤뜰로 펼쳐진 공원은 쾌적한 산보코스를 자랑한다.
개울을 따라 걷노라면 양편에 색다른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편엔 사람들이 잘 가꾸어놓은 잔디밭이 운동장처럼 연이어 펼쳐지고
왼편에 한적한 자연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공원이 펼쳐진다.
왼편에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공원이다.
내가 걷는 곳은 주로 왼편에 위치한 자연 공원이다.
그곳엔 어린 시절에 보고 누리던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그 위로는 나비가 날고 있다.
가꾸는 곳이든 가꾸지 않는 곳이든 자연은 참 아름답다.
그러나 인간은 식물들처럼 그렇게 하나님의 영광을 피워내는 것 같지 않다.
자연 그대로 사는 사람일수록 그 흔적은 추할 때가 많다.
공원으로 가는 파킹장에는 추한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다.
주일아침이면 오실 성도들을 위해 쓰레기를 줍곤 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음료수병, 담배꽁초는 말할 것도 없고, 지저분한 쓰레기, 쓰다버린 콘돔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교회 뜰에서 무슨 짓들을 하는가!
도대체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우리 인간도 저 화원의 꽃들처럼 아름답게 흔적을 남길 수는 없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하늘의 하나님을 생각한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추하고 더럽고 경건치 못할 때에
주님께서 이런 죄인들을 위해 행하신 일을 상기한다.
외아들을 보내시고
십자가에서 모든 더러운 것들을 대신 지시고 고난 당하게 하신 그 일로 마음이 떨린다.
이 일로 인하여 그 대속의 사랑을 입은 우리는 하나님의 성전이 되고
추하고 더러운 모든 죄인은 어느새 주님의 몸이 되어 하나님을 드러내는 존재가 되게 하시다니.
우리의 내면에는 어느 새 하나님의 언약이 흐르고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나같은 죄인을 하나님의 친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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