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9 April 2015

훈풍이 있는 겨울 / 노하덕칼럼


간질로 인하여 고통 당하는 제자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사랑하는 그 형제가 쓰레기더미 위에 엎어져 거품을 흘리며 몸부림칠 때, 그의 인생에 있어 이 겨울은 너무 힘들어 보였다. 혹한의 찬바람이 살을 에이는, 그런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었다.

'하나님, 이 형제의 겨울은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그가 주님의 손을 붙들고 엎드린 모습을 보았다.
그를 향한 그분의 사랑의 훈풍이 그의 삶을 녹이고, 거품을 물었던 그의 입술에서 찬송이 넘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하나님께선 겨울을 주실 때, 그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강한 사랑의 훈풍을 주셨다는 사실을!

캐나다 한 겨울 속에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나무에선 절대로 잎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영원히 얼음처럼 창백하게 얼어붙어 있을 것 같다.
꽃에 대한 믿음은 겨울 눈송이처럼 흔들거린다.

그런데 봄이 오면,
어느새 나무들은 그 잎사귀로 푸릇푸릇한 옷을 입고
여름이 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가을이 되면 열매는 익어 간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늘 이렇다.
사랑의 훈풍이 우리 삶 속에 불어오는 한, 우리는 겨울을 견딜 수 있다

시어머니 때문에 너무나 고통을 당하는 며느리가 있었다. 의사를 찾아가서 시어머니를 죽이고 싶은 몸서리쳐지는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였다. 대책을 물었다. 의사의 처방은 의외였다.
"따뜻한 인절미를 아침마다 시어머니 식탁에 올려드리세요." 지금은 인절미보다 더 맛이 있는 음식도 구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옛날 인절미는 시어머니에게 더 없는 감동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 며느리는 열심을 다해 인절미를 만들어 시어머니 아침  상에 올렸다. 그런데 그 시어머니는 그 인절미를 자시고 목구멍에 인절미가 걸려 돌아가신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 마음에 감동이 왔다. ‘
내가 이렇게 못살게 구는데도 며느리는 오히려 귀한 인절미를 아침마다 상에 올리는구나! 저렇게 착한 며느리를 내가 못살게 굴다니……   . 내가 잘못했구나’
시어머니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추운 겨울을 나는 며느리에게, 의사가 알려 준 처방전의 내용은 훈훈한 봄기운이었다. 용서를 낳는 사랑의 묘약이었다.

한 사람(투루나이젠)이 기도했다.
"하나님 저로 하여금 세계를 바꾸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지만 그는 그냥 그였다.
마흔이 넘어섰을 때, 기도를 바꾸었다.
"하나님 나를 바꿔 주십시오."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중세 수도사(브루노)가 깊은 산 속 움막에서 기도했다.
"개구리 소리 좀 조용하게 해주세요. 하나님!"
세상은 여전히 개구리 소리로 덮여 있었다.
내면의 깨달음
'개구리라고 기도할 권이 없겠니? 개구리와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여라.'
그는 더욱 힘있게 기도할 수 있었다.
(앤소니 드 멜로의 "개구리 기도")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구멍가게를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그 가게로 몰려왔다.
주변 가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만큼
그녀는 가게를 줄이기로 했다.
일부러 어떤 물건은 가져다 놓지 않고
"옆 가게로 가세요." 권했다.
남은 시간에 소설을 썼다.
*빙점*이란 명작이 이루어졌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상원의회 취임연설 차 단상에 섰다.
그때,
링컨을 모욕하고픈 한 상원위원이 일어났다.
"링컨 씨, 옛날 당신 부친이랑 우리 가족 구두를 고치려고 드나들던 일을 기억하세요? 우리 어떤 상원은 당신 부친이 만든 신을 신고 있다오."
링컨은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주어서 감사하오. 나의 아버지는 매우 멋진 창조적 예술가셨다오. 나는 아버지를 능가할 수 없으리다. 그러나 만일 나의 부친이 만들어 드린 구두가 당신 발에 맞지 않거든 알려 주시오. 그때 배운 기술로 당신의 구두를 수선해 드리리다."

그렇다.
사랑의 훈풍은 죽음의 겨울을 넉넉히 극복한다.
믿음이 담긴 사랑은 죽음의 권세까지도 녹인다.
분명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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