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8 April 2015

그렇게 보니 우연이 아니었네 / 노하덕칼럼


따르릉!
울린 전화를 통해 외동딸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나 캔터키 후라이 치킨 먹고 싶어"
"누구의 말이라고 그래 공원으로 빨리 나오너라."

그러나 10분, 20분, 30분이 지나, 뜨끈뜨끈한 치킨은 식어가는데, 당장 먹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이 안달하던 딸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저쪽에서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송 목사 가정이었다. 새
로 어려운 교회에 부임하여 얼마나 어려움이 많으실까? 품에 안고 있는 치킨을 그들에게 내
밀었다.

"목사님, 치킨 드세요."

목사님은  놀라 멍하니 원집사님 부부를 바라보았다.

"집사님, 저희들이 치킨 먹고 싶은 걸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사 말고 아이들이 한사코 치킨을 사달라고 보채더란다. 그러나 형편도 여의치 않아서
아이들을 달래 공원 산책이나 하자고 나오는 길이란다.
딸에게 치킨을 먹이진 못했지만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 치킨 먹고 싶다더니 왜 약속 장소에 오지 않았니?"
"엄마, 내가 언제 치킨 먹고 싶다고 했어?"
"아니, 너 오전에 전화해서 치킨 사가지고 공원에 나오라고 했지 않니?"
"아참, 내 정신좀 봐. 깜빡했네 엄마."

그렇다면 이건 무엇이었을까? 우연? 아니면 섭리?

누구나 믿는 자라면 이런 경험은 있게 마련이다. 내게 최근 있었던 경험담이다.
보스톤은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세계에 자랑하는 명문 대학들이 몰려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신앙의 청교도들의 생활 향취가 그곳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보스톤이 그리운 까닭은 좋은 사람이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주 이민 교회  100주년 행사로 인한 뉴욕의 일정이 끝나고
주일까지 남은 얼마의 시간을 내어 보스톤을 향한 차에 몸을 실었다.
먼저 반갑게 맞은 사람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안근조목사였다.
학업을 다 마치고 마지막 면접만을 남긴 그는 사모까지 작곡과를 끝낸 박사부부다.
그는 먼 곳을 제자를 만나러 찾아 오셨다고 감격스레 맞아 주었다.

그래도 보스톤 하면 그곳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우리 교회의 전 반주자 준희자매를 만나고
와야 한다. 점심이라도 한끼 사주고 와야지.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무답인 준희 자매의 핸드
폰에 녹음만 남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안목사와 나는 그의 감신 대학원 이야기를 하다 내
가 20여년 전에 함께 군복무를 했던 김목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분 또한 감신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선생님 그분이 바로 보스톤에서 제일 큰

교회를 목회하고 계시는 것을 모르십니까?"

안목사가 알려준 사람은 20년 간 늘 궁굼했던 바로 그 김태환 목사였다
많고 많은 나라와 도시 가운데 보스톤에서 가장 건강한 목회를 하고 계신단다
당장에 연락이 되고, 우리는 함께 정담을 나누며 감사한 마음을 나누었다. 그러나 놀라운 일
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침을 함께 하며 김 목사님께  박준희 자매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
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더니,
" 그 자매 우리 교회 교인인데!"
많은 목사님 가운데 그분이 바로 준희 자매가 다니는 교회의 담임 목사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보고 싶었던 모두를 만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14년  전에 이곳 보스톤에 김태환 목사님을 심으신 분이나
9년 동안 안근조 목사를 이곳 보스톤 대학까지 인도하신 분이나
2년 전 준희 자매를 유학하게 하시고 김목사님의 교회에 다니게 하신 분이나
오늘 내가 이 모든 분들을 만나게 하신 분은
한 분이신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섭리는 참 놀랍다.
나는 이런 때마다 살아 계신 하나님으로 인하여 놀라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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