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9 April 2015

음미하는 기쁨 / 노하덕칼럼


           나는 가끔 외식을 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외식이 음식에 관한 나의 지평을 넓혀주는 때가 많다. 메뉴 판에 가득 차 있는 음식 이름들을 살펴보면서 연구하는 시간은 참 즐거운 고민이다. 하지만 어느 한 가지를 지정하고 나면 나의 마음은 어떤 음식이 나올까에 대한 기대가 있고, 그 음식 맛을  음미하는 기쁨이 있다.
           CBS 기독교 방송은 목사인 내게 참 좋은 음식메뉴를 갖춘 음식점 같은 존재다. 교회에서 아침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일부러 기독교 방송이 나오는 시간에 맞춘다. 집에 들러 다시 출근하는 그 시간까지 뉴스도 듣고 설교나 찬송도 들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하루 1440의 시간 중 매일 몇 십 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CBS는 그리고 보면, 내게 상당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이 나의 체험을 넘어선 것들이 많아서 목회의 지평을 넓혀주는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정작 CBS 기독교 방송을 새롭게 본 것은 우리 교회 박집사님 때문이다. 박집사님은 매우 인생 경험이 풍부하시고, 아시는 것들도 많아서 친교시간이면 그분으로 인하여 늘 좌중이 화제가 넉넉하다. 행여라도 그분이 계시지 않으면 사람들은 굉장히 적적하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는 성경공부를 그분과 6개월 이상 해본 적이 있는데, 그분의 세상에 대한 박식함은 웬만한 사람들의 몇 갑절에 달한다. 그래서 그분이 만족할 만큼 설교를 하고 교회 운영을 하려면 여러 가지로 많은 준비와 기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훌륭한 박집사님께서 하루 몇 시간씩 경건의 시간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분의 경건의 시간은 독특하다. 오전 CBS 기독교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 시간도 빠짐 없이 들으신다. 그 안에서 당신의 신앙을 키워가신다. 분명 박집사님의 경우 CBS는 신앙생활의 일부요, 영적 공급처다. 그분에게 있어서 기독교 방송 시간은 사뭇 경건하다. 그것이 좀 지나쳐서 예배시간에도 지긋이 눈을 감으시고 방송을 듣는 것처럼 설교를 듣고, 찬송을 듣고, 기도를 들으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는 것은 사실이
지만, 그분이 얼마나 기독교 방송을 즐기는가를 아는 나로서는 그것조차 이해를 하여야 할 것 같다.
           우리 교회에 CBS와 친하신 분이 또 한 분 계신다. 그분은 최화순 권사님이시다. 금년 88세이신 최권사님께서 성경 암송을 얼마나 잘하시는가는 알만한 분은 다 아신다. 언제 한번 권사님께서 암송하시는 성경을 CBS 기독교 방송 청취자 여러분께 들려드렸으면 한다. 그러나 이제 시력이 쇠하여지셔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거동이 부자유해지셨다. 꽃 가꾸기를  그렇게 좋아하셔서 화단 가득 꽃을 가꾸시던 분이 이제는 딸이 대를 이어 가꾸어놓은 꽃들도 촉감과 향기로밖에 감상할 길이 없다. 하늘이 맑아도 보실 수가 없고, 교인들이 사랑스러워도 목소리만 듣고 손만 어루만져 주신다.
           이런 우리 최권사님께 효자 사위가 있어 효자상을 탄 사실은 신문보를 통해 알려 진바 있지만, 장모님께 사위가 점심을 챙겨드리고, 거동을 도와드리고, 친구가 되어드린다 하지만 언어가 다른 장모님이다보니 섬길 수 있는  일이 제한될 때가 없지 않다. 나도 권사님의 사랑을 받는 목사로 권사님을 만나면 늘 반갑고 사랑이 가지만 손잡아 드리고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하는 시간이라야 일주일에 십 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때가 있어 송구스럽다.
           그런데 권사님께 극진한 효자가 있으니 바로 CBS 기독교 방송이다. 몇 시간 동안 권사님을 고국으로 인도해드리고 천국으로 여행시켜드리는 극진한 효자다.
           목회자 칼럼을 맡아 첫 방송이 나간 주일이었다. 이 사실을 맨 먼저 교우들에게 알려주신 분이 최권사님이시다. 그 다음 주일, 교회에 오신 권사님께서는 인사하러 오는 교우들마다 손잡고 빅 뉴우스를 말씀하시듯 전해주는 것이었다. 우리 목사님이 읽어주는 방송을 들었느냐고, 그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 아느냐고. 아마 이 방송도 우리 최 권사님께서 들으시면서 웃고 계실 것이다. 권사님 사랑합니다.
           내가 솔직히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귀한 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CBS 방송이 좀더 잘되었으면 좋겠다. 좀 더 시간을 확장하여서 우리 박집사님이나 최화순 권사님과 같은 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내가 섬기는 서머나 교회에서 얼마간의 방송 선교 헌금을 금년도에 책정한 것을 보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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