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8 April 2015

그날 밤은 이일로 인하여 행복했다 / 노하덕컬럼


           토론토에 산 지 십여 년, 해마다 몇 차례씩 가는 곳이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해마다 몇 차례 그곳에 가고 싶어하는 귀한 손님들을 만난다.
           나 역시 폭포를 다녀오기 수십 번, 그 때마다 그 장관에 압도되고 감동한다. 그러나 문학을 공부한 적이 있는 나에게는 돌아 올 때마다 부채의식이 있었다. 이 놀라운 하나님의 걸작품 나이아가라 폭포를 시로 형상화시켜 볼 수는 없을까? 끊임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쏟아져 내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같은 이 아름다운 폭포를 작품으로 남길 수는 없을까? 몇 차례 그 비슷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 때마다 절망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너무 함량 미달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2003년 3월 초, 정기 노회가 나이아가라 쉐라톤호텔에서 열렸다. 그 기간에는 숙박비가 저렴한 관계로 노회는 그곳에서 모인다. 회의 장소도 충분하고 분위기도 있어서 좋다. 그날 밤, 나에게는 과분한 특혜(?)가 주어졌다. 그 좋은 호텔에 함께 숙박하실 분이 오지 않아서 나 홀로 숙박하게 된 것이다. 노회가 시작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제 곁을 지나가던 J 목사님께서 조그만 전도책자를 내 책상 앞에 놓고 갔다. 헨리 나우웬이 쓴 책이었다. 무슨 책인가 척 펼쳐보는 순간, 번개처럼 시의 착상이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토록 작품화시키고 싶어했던 나이아가라 폭포와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내가 지향하는 신앙관이 일치되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달음으로 방으로 올라갔다. 조용히 문을 닫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적어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감동과 감사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날 밤은 이 작품을 쓰는 일로 인하여 행복했다. 짧은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즐거웠다. 회의에 좀더 성실하지 못해서 죄송하긴 했지만 작품에 매달렸던 시간은 참 기뻤다. 정말 쓰고 싶었던 작품이 태어난 새로운 아침이었다.


'폭포, 나이아가라와의 만남'(64번 글)이 쓰여진 배경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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