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6 January 2020

순종의 꽃

 나는 순종이라는 걸 별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순종은 너무 쓰고
자주 역겨운 냄새가 났으니까.

 
어떤 학생 단체에 있었을 때
짝지어준 자매와 결혼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본적도 없고
전화 한 통 나눈 적 없던 나에게
한 주일 후면 대서양 건너오는 그 자매와 결혼하라 했다.

 
열흘 동안 기도원에 머물며 금식기도란 걸 해보았지만
끝내 순종하지 못했고
결국 그 공동채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는
나와 함께 받은 그 명령에 순종하였고
결혼하여 선교지로 떠났다.
 
이성적 사고로 말하자면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할 만한
교만한 독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훌륭한 복음 사역을 펼쳤다.
 
제대로 구사될성싶지 않는 언어로
특별히 목회 훈련을 받은 일 없었고
선교 경험도 풍부하지 않아
누가 보아도 어설퍼 보이는 평신도인데
순종의 장대로 장벽들을 잘도 뛰어 넘곤 했다.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L 박사 왈
'내 생애에 이런 감동 깊은 크리스천 가정은 처음이었다'
그분의 말씀을 과찬이었다고 하고 싶지만
말씀만 하옵소서.
살아가는 그 친구의 이름은 이삭이었고
가겠나이다.
순종하던 그 부인은 지금도 리브가다.
 
아버지의 말씀이라면
죄와 사망의 냄새가 진동하는 이 땅이라도 내려오시고
아버지가 원하시면
십자가라도 지고 골고다 언덕에 오르시는 예수님
 
그 순종 덕분에 천국의 시민권을 얻고
영생의 복을 누리는 내 자신인데
 
아직도 순종을 계산하고 있으니
내 인생에 순종의 열매는 어느 때나 영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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