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8 January 2020

회개


비 온 후,
차를 닦으며
 
등잔불 밑에서 책을 읽던 시절을 생각한다.
 
성냥개비로
심지를 돋우며
재를 털어 내던 그 기쁨을.
 
허구헌 날 심지에 쌓이는 재를 털어 내는 까닭은
어두컴컴한 방을 더 밝히기 위함이니
 
회개란
 
재처럼 쌓인 죄를
날마다 털어 내는 것.
 
오고 가며
묻은 오물을
닦아내는 것.
 
나도 모르게 묻은 허물까지
 
닦고 또 털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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