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일 뿐인데
어떻게 저토록 장엄해 보일 수 있는가!
온 몸을 다 쏟아 붓는 내리사랑 같은 건데
어디서 저 막강한 힘은 솟아오르는가!
떨어질수록 빨라지고
내려갈수록 강해지고
낮아질수록 더 신이 나는
나이아가라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야
남을 짓밟고라도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야
오르기 위해
나 살기 위해 몰려간 힘있는 자들
그 발 밑으로 곤두박질 치는
나이아가라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하는 길이다
생각해온 나로선
천지개벽이 있고부터
일년 열두 달
봄 여름 가을 겨울
365일
아무런 대책이 없이 떨어져 내리고
얼어붙을 겨를도 없이 낮은 길로 달려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밑으로만 곤두박질쳤지만
끝내 세계적인 폭포로 선 저 나이아가라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수 십 년만이라는 혹독한
2003년의 겨울
어느 날
나는
숙명처럼 단절된 저 절망의 지점에 서서
헨리 나우웬을 읽으며
위대한 능력자 한 분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보니
나이아가라 폭포는
십자가를 지신 그분의 겸손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천국을 떠나 말구유 아기로 내려오신 일부터
소박한 갈릴리 어부들로 더불어 내려가시던 길
때로는 죄인들의 친구로
때로는 소외당한 자들의 이웃이 되시다
끝내는 십자가 지시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떨어지시던 주님을.
이제 나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밤낮 없이
한 순간 그침 없이
숨넘어갈 듯 외치는 저 폭포의 소름끼치는 아우성을
다가갈수록 내 귀를 붙들고 고함치는 소리를
그리고 보면
나이아가라 폭포는
우리가 전해주어야 할 그 복음 듣지 못하고
경겁간에 지옥까지 떨어져 갈
그 영혼들의 아우성소리이거나
인류 최후의
물 한 방울까지 깨어지며
외치는
온 인류의 마지막 겸손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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